주저리2014. 7. 15. 01:02

 나는 군입대 이전까지 무좀과 습진이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몰랐다. 관심도 없었고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내 몸에 달고 사는 병이다. 


군대에서는 한 번씩 모포라 불리우는 담요를 주말에 한 번씩 먼지를 털어내고, 일광건조시켜 청결을 유지(?)하는데, 가끔 군수사령부에서 세탁도 해준다(모든 부대가 그런 줄은 모르겠다). 내가 군생활하는 도중에는 딱 한 번 그러했었는데, 중대원 모두의 모포를 수거해간다. 그리고 세탁을 끝마친 모포는 무작위로 돌려받게 된다. 군생활 당시 악성무좀으로 의무실과 군병원까지 오가던 고참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가명, 당시 23세)정병천었다. 그리고 내가 돌려받은 모포에는 '정병천'이라는 세글자의 주기가 되어있었다. 그 때는 '설마 아무일 없겠지?'라고 생각했었다. 주변에서 악성무좀이 옮을 거라는 우려(놀림)는 조금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는 했었지만... 


그 정병천이라는 고참의 무좀이 어느정도 였냐하면, 일단 외관으로 보았을 때 발바닥 전체가 화상을 입은 듯하면서 1,000년전 미이라의 썩은 발을 보는 느낌이었다. 딱 한번 의무실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가 그 발을 보고 역겨워서 구토를 하고 싶은 것을 겨우 참았을 정도이다.


나의 그러한 방심은 곧 화를 불러왔다. 발이 자꾸 간지러웠다. 처음에는 습진이란다. 실제로 습진이었던 것 같다. 왜냐면 슬리퍼를 신고 발에 물이 묻은 채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자 발바닥 살이 하얗게 갈라지기 시작했다. 무좀이란다. 생애 처음 무좀을 겪게 되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사람으로서 별로 안좋아했던 고참이었기 때문에 더욱 화가치밀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고참은 당시 병장이었고, 나는 고작 일병이었다.


그 후로 만성무좀에 걸려살고 있다. 무좀약도 발라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일시적으로 좋아졌다가 다시 악화된다. 처음 무좀에 걸렸을 때는 의아했었다. 그래도 군수사령부에서 세탁까지 되어왔는데 대체 왜 옮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모포를 제대로 세탁하지 않는다고한다. 꾸정물에 세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더러워진다고 절대 안하는게 좋다며 동원훈련에서 만났던 군수사령부출신의, 그것도 모포세탁을 당담했었다는 아저씨가 말해줬다.


무좀도 무좀이지만 군대에서 얻어온 잔병들이 참 많다. 무릎도 안좋아졌고, 허리도 안좋아졌으며, 피부는 말할 것도 없다. 무엇보다 나의 잃어버린 20대 초반의 2년을 돌려줬으면 싶다. 군대는 남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얻게도 만들지만 또, 많은 것을 잃게 한다.


최근 티비에서 강력한 무좀약이라며 그 효능이 어마어마하다고 광고를 하던데 무척이나 갖고 싶어진다. 사실 군복무시절 의무대에서 받았던 무좀약을 제외하고는 약물에 의존해본 적이 없다. 약은 먹는 것이든 바라는 것이든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거의 방치하다 시피 했다. 언젠가는 자연치유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생각했다. 이제는 무좀과 작별할 때가 된 것 같다고. 꼭 사고 말테다. 어째 서글퍼지는 밤이다. 

Posted by nOn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