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해당되는 글 22건

  1. 2014.11.16 No.3 - 쿠오의 여정 11
음악/내가만든2014. 11. 16. 17:56



 2010년 1월이었던가, 연극영화과에 재학중인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밴드부 생활을 반 년정도 같이 했던 친구인데 20살 때 이후 서로 연락조차 한 적없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가 연락이 왔을 때 의아스럽긴 했지만 반가웠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온 이유를 알아보니, 예전에 애니메이션 하는 친구의 BGM을 한 번 만들어준적이 있었고(덕분에 다음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작곡가로 나온다)그게 나름 주변에서 호평을 받았던 탓에 내게 연락이 왔었다. 좀 더 깊게 들어가면 단가를 싸게 하여 곡을 만들어달라는 소리를 하기위해서 였지만.


그때 그 친구는 자기가 뮤지컬의 연출을 맡게 되었는데 거기에 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15곡이 필요하다는데 써달라고 했다. 15곡. 당시까지 내가 완성시킨 곡들 보다 많았다. 나는 다작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삘 받을 때만 만든다. 아니, 만들어진다. 혼자 기타나 건반앞에 앉아서 뭔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만들면 그저 멍하기만 했다. 그런 나에게 15곡이라니... 그리고 그 곡들이 빨리 만들어져야 자기들이 연습을 할 수 있단다. 그래서 정말 하루에 1번 이상 독촉을 당하며 외출도 못하고 하루종일 건반앞에 앉아서 노예처럼 만들어보니 15곡이 만들어지긴 하더라. 물론 크게 4가지의 주제로 코드라인틀을 완성시켜놓고 그것을 토대로 기계적인 진행을 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뭐 완성했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 완성도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친구를 조금 만족시키긴 했었다. 


애니메이션 하는 친구가 나에 대해서 극찬을 해놨던 까닭인지 기대감이 엄청 컸던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지만 결국 해내긴했었으나, 그 친구의 교수가 나를 보자고 해서 갔더니 뮤지컬음악 같지가 않고 가요같다고 수정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그리고 후에는 내가 배우들의 가창영역을 모르니 내 기준으로 멜로디를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음역대로 인한 문제로 음을 바꿔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결국 손을 놓았다. 내가 꽤나 맘에 들어하는 멜로디들을 가창자가 올라가지 않는다고 계속 고쳐달라고 하니... 처음에는 키를 바꿔달라고 했었는데 그러니까 낮은 음이 안된다기도 하고. 그렇게 결국 그쪽을 생업으로 하는 작곡가에게 인계를 했다.


그래도 내가 만든 곡들 몇개를 그대로 안고 공연을 했다는데 포스터에는 내 이름이 전혀 안보이더라. 뭐 따지고 보면 책임감없이 그만둔, 잘한게 없는 입장이라 아쉬웠지만 그러려니했다.


그리고 1년 정도가 지난 후에 영상 쪽으로 일을 하는 한 형님이 공모전에 낼 영상에 음악이 필요한데 혹시 없냐고 묻길래, 그냥 만들어뒀던 파일 몇개를 보내줬었는데 그 뮤지컬의 3번 트랙인 이 곡을 맘에 들어했었다. 바로 원래 제목은 쿠오의 여정. 이적 1집의 순례자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달라고 했던 것인데 내 스스로는 꽤 고뇌하면서 짰던 코드라인 때문에 만족스러운 곡이었다(이 당시에는 곡 만들때 코드짜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사를 시작하고 멜로디도 조금 바꾸고 굉장히 길었던 원곡의 후렴구의 절반도 잘라버리고 후반부는 아예삭제하는 등의 큰 편집과 함께 새롭게 편곡도 했다. 그리고 노래는 공익광고처럼 아주 맑고 깨끗하게 불러달라는 요청에 그렇게 했는데 차라리 힘있게 부르는게 낫지않았을까.


유투브에 그 형이 올려놓았던 것을 친구가 발견해서 주소를 띄워줘서 보게되었는데 광주기숙학원이라는 영상을 보니 나름 스케일있던 노래였는데 느낌이 영 이상하다. 


어쨋든 공모전은 떨어졌다, 뮤지컬도 잘 안된 것 같고.



아래 파일은 그때 가이드라인까지 붙인 것. 근데 나 조차도 멜로디를 정확하게 숙지하지 못한 상황에 부른거라 음정이 이상하다, 특히 뒤로가면 얼버무린다. 어쨋든 단조로운 편곡이지만 원곡이 더 맘에 든다.



제목이 견해에인 이유는 원래 파일을 임시로 저장할 때 그 순간에 떠오른 단어로 저장한다.

후렴구 가사 중에 '또 다른 날 발견해에~'라는 부분이 떠올라서 그랬나보다.

Posted by nOn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