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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04 아일랜드를 뒤로 하고 라이언에어를 타고 파리로 떠나다.
여행2014. 7. 4. 23:58

 아일랜드에서 비루한 하루하루를 버텨내다 겨울이 다가올 무렵, 더 늦기 전에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내 수중에 있었던 돈은 약 1,500유로. 짱돌을 굴려 견적을 짜보았다. 일단 교통편을 생각해보니 런던을 거쳐 유로라인 혹은 유로스타를 타고 대륙으로 가는 방법이 있었고, 바로 비행기 한방에 가는 방법이 존재했다. 마음 같아서는 범선을 타고 떠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는 비행기가 가장 편해보였고, 주변에서도 가장 추천을 하는 교통편이었다. 결국 항공편을 알아보기 시작했고 저가항공편 검색의 기본인 스카이스캐너에 들어갔다가 액수의 정확도에 실망하고, 유럽 저가(위험)항공의 대표적 주자인 라이언에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알아보았다. 일단 시작은 바르셀로나나 파리, 아니면 암스테르담으로 할려고 생각했었는데 파리가 꽤 쌌다. 당시로 부터 일주일 후에 출발하는 16유로짜리 티켓이 있었지만 바로 구매하지못하고 몇시간 동안 고민을 해야했다. 그냥 몸만 갈 수 있다면 바로 끊었겠지만, 당시 내가 살던 집을 처분하고 가야했다. 내가 계산했던 자금의 1,500유로에는 디파짓도 포함되어있었다. 집이 가격도 괜찮고 위치도 시티 중앙이라 금방 사람을 구하겠다 싶었는데, 나의 플렛메이트들이 아무나 구하면 안된다고, 자기들이 있을 때 면접을 통해서 구하고 싶다고 하더라. 특히나 내 룸메의 경우는 여자라서 더욱 신경이 쓰였나 보다.




내방. 룸메이트는 21살의 일본계 브라질 여자였다.(얼굴은 일본, 몸은 브라질 ㄷㄷ)


사진 찍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청소를 했던가...ㅠㅠ


거실의 모습. 함께 살던 친구들이 1명 빼고는 다 흡연자라 요리하면서도 피고...



있을 때는 참 별로였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립다.




 함께 살던 친구들은 모두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함께 쉴 때 했으면 좋겠단다. 대체 언제 함께 쉬냐... 룸메는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말이다. 집에서 나랑 가장 친했던 브라질 친구, 후안에게 사정을 말해보았다. 남자2 여자2이서 살고 있었는데, 남자라 그런지 이 녀석이 집안에서 파워가 꽤나 있었다(나는 전혀 없었다). 심각한 얼굴로 이야기를 듣더니 날짜를 말해주며 자기가 그날 쉬니까 사람들을 데려오라고 한다.그렇게 여러사람이 오가고 자기네들끼리 이야기하더니 거인처럼 컸던 폴리쉬로 결정했단다(집 구하기가 매우 어려울 때라 굉장한 경쟁률이었다).  



이리하여 집문제가 해결되었고 나는 다시 비행기표를 결제하기 위해 라이언에어를 들어가보았다. 23유로로 올랐다, 젠장. 이제 집도 내놨놨겠다, 더 이상 머무를 곳이 없었던 나의 시한부 아일랜드에서의 삶 때문에, 집에서 나가는 날짜로 23유로 짜리 티켓을 끊었다.  며칠이 지나고 드디어 출국일이 되었다. 가기전에 짐은 집에 맡겨두고 라면을 좋아하던 후안에게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주었더니 거절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너 돌아와서 먹을거 있어야지, 놔두고 갔다가 와서 먹어' 이녀석... 처음 내가 집내놓고 여행갔다가 한국으로 돌아갈거라는 계획을 말했을 때, 갑자기 정색하더니 울먹이면서 눈물을 닦던 녀석이었는데, 참 정이 많은 브라질리언이었다, 축구도 잘하고...;;.






출국전에 친하게 지낸 한국인 동생의 집에 마지막 인사를 하러 갔다. 담배를 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언제쯤 출발하면 되냐 물어보니, 버스타면 공항까지 30분이고, 공항이 작아서 금방 비행기를 탈 수 있단다. 게다가 라이언에어는 시간 개념이 부족한 항공사라 늘 30분은 늦게 출발하기 때문에 천천히 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란다. 함께 있던 나머지 사람들도 다 동의했다. 그래서 여유있게 조금 더 있다가 출발했다. 버스를 탈려고 하는데, 아일랜드에서 버스를 타본건 2번째고 혼자는 처음이라 살짝 긴장되었다. 버스 기사한테 공항가냐니까 간댄다. 그래서 좋다구나 탔다. 공항에 도착하고 여유있게 절차를 밟는 중에 한 할아버지가 내 항공권을 보더니, '늦었다고 빨리 뛰어라'고 걱정되는 표정으로 말해주길래, 여유있게 웃으면서 괜찮다고 했다. 그때가 게이트가 닫히는 시간이었다. 약 15분 후에 게이트에 도착했는데... 정말 게이트가 닫혀있더라. 아직 이륙시간까지는 15분정도 나았는데 정말 휑하니 아무도 없었다. 이걸 뭐 어째야하나 어리버리를 1분정도 타고 있는데, 내 뒤에 모델처럼 키가 큰 여자(물론 이쁘기도 했다)가 파리가는거 맞냐고 묻더라.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도 파리가는데 왜 사람없냐길래, 나도 방금와서 모른다고 했다. 때 마침 게이트 안쪽에서 직원 한 명이 밖으로 나왔고 여자는 애교를 떨며 상황을 말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다. 자기는 라이언에어 직원이 아니니 모른다고 , 옆의 게이트에 라이언에어 직원이 있으니 물어보란다. 그래서 나와 여자는 함께 그곳으로 달려가서 애원했지만... 라이언에어 직원은 정말 단호박 그자체였다. 여자가 이쁘기도 하고 애교까지 피우면서 'please~ please'그러길래 먹히겠다 싶었는데, 실패했다. 그래도 별로 나쁘진 않았다. 이렇게 이 여자와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하던 찰나... 뒤에서 또 한명의 파리행 티켓을 가진 사람이 등장했다. 그 여인의 남자친구였다.


잠시 앉아있으니 창 밖의 라이언에어 비행기가 이륙을 하더라. 프랑스인이라는 커플은 내게 오전 6시 40분 비행기가 있다. 탈 거냐고 물었는데, 가격이 무려 내 전재산의 1/10을 넘었다. 역시 당일치기 결제는 비쌌다. 그럴 수는 없었기에 잠깐 고민하다가 더블린 시티로 돌아가서 그 한국인 동생집으로 갔다. 차마 원래 살던 집에는 부끄러워서 가지못했다. 아마 그들은 아직까지 내가 제 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떠났었을 줄로 알 것이다. 사흘 후의 비행기 표가 그나마 싸길래 82.99유로를 주고 결제를 했고 3일간 거실 바닥에서 지냈다(결국 16유로에 갈 수 있었던 것을 100유로 넘게 들였다). 난방없는 아일랜드의 10월 새벽은 정말 추웠다.


사흘 후 에는 여유있게 시간을 두고 출발해서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때와는 정반대로 이번에는 게이트가 닫히는 시간을 뒤어넘어, 이륙시간을 지나서까지 게이트가 열리지않더라. 망할 라이언에어... 결국 앉아서 2시간을 기다려 게이트가 열렸고, 드디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지겨웠던 아일랜드를 떠나게 되었다.




여행 기간 중 라이언에어를 총 3번 이용했는데, 한번은 정말 이대로 죽는구나 싶을 정도로 아찔했을 만큼 위험한 항공사다...;; 착륙 후 빵빠레 음악과 함께 승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무사 착륙했을 때만 그렇다. 3번 중 1번만... 그랬을 정도로 위험한 항공사다. 자금에 여유있으신 분들에게는 절대 비추... 



하지만 없는 사람들은 어쩌겠나...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ㅠㅠ...



어쨋거나, 드디어 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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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On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