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결성된 스파이스 걸스라는 영국 여성 5인조 그룹은 등장과 동시에 영국팝음악 시장에 이어 미국, 그리고 전세계를 강타했다.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 강타한 정도가 어느 정도 였냐하면 11월 달에 발매된 그들의 데뷔 앨범이 영국에서 그 해에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되었고, 차트 1위를 15주 연속으로 했다. 사실 나는 이 그룹이 영국그룹인지 94년 당시에는 몰랐었다. 백인인 외국인은 미국인으로 인식하던 때였기 떄문이다(흑인은 아프리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무수한 히트곡들 중에 2 Become 1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이유는 스파이스 걸스의 원곡 때문이 아니라 Mr.Big의 천재 기타리스트인 폴 길버트의 솔로 앨범에 들어있는 그에 의한 리메이크 곡 때문이다. 나는 꽤나 그 곡을 좋아했다. 여전히 내 MP3P에는 이 곡이 들어있으며, 기타 솔로가 나올 때 마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미간을 치켜세우며 손가락은 내 상상속의 지판를 따라 움직여진다. 길을 가다가도 한 떄 반했던 기타솔로가 들려오면 자연스레 그렇게 되는 것도 문제이다. 남들이 보면 미친놈으로 볼 것 같다.
그렇듯 이 곡의 묘미는 기타 솔로에 있다고 생각하는데(나는 미스터빅에서의 그의 기타 톤을 그리 좋아하지않았지만, Super fantastic과 그의 개인 솔로앨범의 것들은 좋아한다)보통은 내가 '굉장하지 않냐'며 들려줘도 크게 반응이 없더라. 특히나 고등학교 때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보컬의 멜로디에만 집중하던 녀석들이라 더했다. 원래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주에 대한 굉장함을 어필하기 위한 나의 노력은 대다수 무위로 돌아갔었다. 특히나 당시 또 빠져있었던 DreamTheater의 곡들은 전주가 기본적으로 30초~1분 정도는 넘어갔기 때문에 그것을 들려주면 조금 듣다가 나오는 반응이
"노래는 언제 시작하는데?"
였다. 참 슬펐다. 물론 이해해주는 친구도 있긴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 때 부터 나와 자주 대화하고 만나고 하면서 친해진 친구들(반대로 음악에 별 관심없던 친구들과는 멀어졌지만)은 모두 음악을 좋아하거나 음악관련 입시생들이며, 그 중 몇몇은 아직까지 음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을 만나서 음악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전히 즐겁다.
글 제목을 스파이스 걸스의 투 비컴 원이라고 해놓고 폴길버트의 곡에 대해서 이야기하는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 늘 삼천포로 빠지는 것은 내 특별한(혹은 잘못된) 글쓰기 습관인 듯하여 그것을 고칠 수 없음에 이대로 둬야겠다. 매번 글이 조금이라도 길어질 때면 느낀다, 어느 순간 부터 화제가 바뀐 것을.
어쨋든 곡에 대해서 다시 넘어가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이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연결시켜 상상해보고 꽤나 야릇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외설적이지는 않다. 뭔가 고풍스러운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등급에 나올 법한, 마치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과 로즈가 사랑을 나누는 듯한 그런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외설 보다는 예술로 생각된다. 혹시나, 정말로 만약에 영어에 굉장히 약한 분이 이 글을 보는 경우를 생각해서 간단하게 제목의 단어만 설명 드리겠다. Become은 뭔가가 시작되는 그런 뉘앙스...2, Become, 1... 이 3개의 단어를 조합하면, 둘이 하나가 된다? 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랄까. 말 그대로 성관계로 보면 될 것 같다.
문단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여담으로 한가지 추가해보자면, 이 곡은 약 10년 전에도 국내에서 다시 유명(?)해졌다. 이유는 걸그룹 주얼리의 이지현에 의해 멋진 발음으로 불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뭐 그렇게 웃긴 정도는 아니었는데 '게리롱~ 푸리롱'이라고 할 수도 있는거라 생각하는데, 당시에는 이지현의 그 발음에 대해 비난과 조롱이 웹상에 넘쳐났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21세기에는 같은 음악도 다양하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들에 의한, 혹은 프로더라도 20세기였다면 절대 이름조차 들을 수 없었을 법한 뮤지션들에 의해 연주되고 불러진 것을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도 처음으로 유투브에서 2 Become 1을 검색해봤는데 꽤나 다양한 버젼이 있더라. 한창 이 곡에 빠졌을 때는 라이브 영상이 보고 싶어서 eDonkey를 이용해서 힘들게 받곤했었는데 세상 참 편해진 것 같다. 앞으로 더 더욱 편해지는게 두렵다. 편한 것은 좋지만 음악이 너무 쉽게 들려지고 소비되는 것 탓인지 예전 보다 음악의 가치가 떨어진 것 같다. 어릴 때는 좋아하는 뮤지션의 신보가 나오면 음반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고, 한 때 김사랑 2집이 나왔을 때는 저녁 즈음에 소식을 접했던 까닭에 동네 레코드 점에 갔다가 없다길래, 야밤에 버스를 타고 레코드점이 많은 동네로 가서 정말 거짓말 안하고 약 한시간 동안 20곳의 레코드점을 돌아다니다가 겨우 구해서 집으로 돌아와 설레는 마음으로 헤드폰을 귀에 덮고 눈을 감으며 재생버튼을 눌렀던 적도 있다. 비록 내가 LP세대는 아니지만, 테이프와 CD라는 형태로라도 음반을 구하고 첫 번째 트랙을 재생시킬 때의 설렘을 기억한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설렘을 못느끼고 있다, 약 10년 전 부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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