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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고민없이 잠들 수 있었다, 그리스의 경기였기 때문에. 

그리고 그 후에는 보기전에 볼까 말까 고민을 했다, 그리스의 경기였기 때문에.

나는 그리스를 싫어한다. 안티풋볼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색깔의 축구를 하고 있으면서 국제무대에서 너무 자주보인다. 거기다가 한국인으로서 우리가 이번 월드컵을 망친 이유 중 어느정도는 그리스에게 있다고 생각된다.

왜? 그리스가 우리나라에게 0:2로 패배하면서 홍명보에 대한 신뢰가 조금 생겨났었고, 하필 박주영의 국대 차출논란이 있었을 때의 경기였는데, 그가 골을 넣으면서 논란을 종식시켰었기 때문이다. 아니, 축구팬들에 의한 논란은 여전했지만, 월드컵 때만 축구팬인 일반인들에게는 '역시 국대 넘버 1 클래스'라고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홍명보가 박주영을 차출 할수 있을 근거가 되어준 매치였으니까 말이다. 

그리스가 수비를 조금 더 잘해주고, 우리나라를 철저하게 몰아칠수 있는 상대였더라면, 우리는 오늘과 같은 처참한 결과를 갖지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아무리 그리스가 축구를 못하는 나라더라도, 유로대회 우승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나라를 꺾었다는 게 되어버렸으니까.  

 어쨋든 스포츠 경기를, 그것도 월드컵이라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경기를 결과를 모른채 재방송을 보기란 쉽지 않다. 일례로 6년전 07/0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밤을 새며 라이브로 볼까, 아니면 그냥 자고 일어나서 다운 받아볼까 고민을 하다가, 당시 학생이라 학교도 가야했기에 잠을 청했다. 그리고 학교에 가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엄포를 놓았었다, 절대로 경기결과를 말하지말라고. 불필요한 언사였다. 아무도 축구에 관심이 없었고, 내가 말하자 '어제 축구했었냐?'라고 되묻는 사람도 있을 정도.

스포일러를 피하고 집으로 돌아와, 당시 사용하던 P2P프로그램의 검색창에 '결승'이라 적고 엔터키를 눌렀다.

...

검색결과는...대충 아래와 같았다.

맨유 vs 첼시 07/08UEFA챔피언스리그결승 전반전.avi

맨유 vs 첼시 07/08UEFA챔피언스리그결승 후반전.avi

맨유 vs 첼시 07/08UEFA챔피언스리그결승 연장전반.avi

맨유 vs 첼시 07/08UEFA챔피언스리그결승 연장후반.avi

맨유 vs 첼시 07/08UEFA챔피언스리그결승 승부차기.avi

맨유 vs 첼시 07/08UEFA챔피언스리그결승 맨유 우승 세레머니.avi

순간 파일명을 작성한 그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고, 누군지도 모를 그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그렇게 ... 결국 맨유가 우승하는 것으 미리 알아버려서, 생에 다시없을만큼 긴장감 넘치게 승부차기만 봤다.

최근에도 13/14 UEFA 레알마드리드 vs 아틀란티코 마드리드의 경기를 연장전까지 간다는 것을 알고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누가 이기는지는 모르고 봤던 것. 이처럼 P2P대참사라 불리우는, 2008년도 그 사건이 후로도 비슷하게 몇번 당했다. 연장전 간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스포일러고, 승부차기까지 간다는 것도 그러하다.

이번 그리스 vs 코스타리카전의 경우는 위의 경험 탓에 보기로 마음먹은 후에도 일부로 다운 받아보지 않았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스포일러 없는 '다시보기'를 지원하는, 와치슬로우란 곳을 찾아가 보게 되었다. 혹시 나처럼 스포일러가 두려운 사람은 찾아가보기를. 해외사이트같은데 이상하게 영상은 한국의 중계화면이고, 다음과 네이버에서 영상만 따왔더라. 720p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괜찮은 것 같다.

http://watchslow.com/temp.php

허나, 이 사이트도 문제가 있었다. 후반 종료 직전까지 매우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지켜보았지만, 후반전이 끝나자 영상은 끝이났고, 연장전 영상은 뭘 클릭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관련영상을 찾는 화면에서 승부차기까지 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연장전은 스킵하고 승부차기만 지켜봤다. 뭐, 결과적으로 경기결과에 대한 스포일러는 안당했으니 만족한다. 그리스 경기였으니까 연장전 쯤이야 안봐도...뭐...

경기내적인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그리스도 10명을 상대로는 공격축구를 할 수 있더라. 신기했다. 뭐, 10명이든 11명이든 상관없이 그 상황이면 공격을 하는게 맞지만, 왜 그 친구들은 늘 그렇게 축구를 하는 걸까. 그런식으로 유럽을 제패한 영광의 기억 때문일까?

어쨋든 그리스가 탈락해서 너무 기쁘다...!